정병러의 육군 만기 전역 이야기

정병러의 육군 만기 전역 이야기 1. 두윤팔 입대하다

두윤팔 2022. 2. 6.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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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102 보충대

 

2010년 6월 1일. 군입대로 인하여 두윤팔 1차 사망.

신검 3등급 현역을 선고받은 나는 육군 땅개로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후 대충 4년 뒤 양쪽 눈 백내장, 그리고 다시 4년 뒤 한쪽 눈에 망막박리 판정을 받았는데 존버했으면 면제 or 공익이었다. 여러모로 운이 나빴던 것이다. 가지 말걸. 서른 가까이 될 때까지 ㅈㄴ 비벼볼걸.

뭐 지금 후회해봤자 이미 늦었지만 아무튼 그렇다.

 

102 보충대. 지금은 없어지지 않았나? 아님 말고.

엄마랑 동생이랑 같이 기차를 타고 102 보충대로 향했다.

가는 길에 외할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는데 안 받겠다고 ㅈㄹ을 떨었다. 진심으로 후회되는 일이다. 입대 스트레스가 아무리 극에 달았다고 해도, 내가 내추럴본 정병러라고 해도 그랬으면 안 됐다. 전화를 어찌저찌 받긴 했는데 말을 되게 싸가지 없게 퉁명스럽게 했던 것 같다. 이젠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사죄할 수도 없다. 슬프다. 되감기 버튼을 누르면 후회 뿐인 삶이란.

 

기차에서 내리니까 이혼한 아빠가 예고도 없이 찾아와 나를 화나게 만들었다. 정작 지금 아빠랑은 다시 잘 지낸다.

보충대 입소 전에 엄청 큰 닭갈비집에서 춘천닭갈비를 먹었는데 진심 지우개에 양념소스 발라놓은 맛이 났다. 살면서 먹어본 닭갈비 중 최악이었다. 위생상태도 우웩이고.

그날이 아마 화요일인가 그랬을 거다. 기억이 확실하진 않다. 엄청 더웠고, 사람들은 붐비고, 길바닥에서 머리 밀어주는 이발사에 여기저기서 시계와 깔창 그리고 얼음생수를 팔았다. 들어가면 물 안 준다고. 꼭 사가라고 했다. 구라인 줄 알고 안 사갔다. 진짜 물 안 주더라. 훈련소 수료 전까지 거의 수돗물만 주구장창 마셨던 걸 생각하면 이건 큰 악수;惡手였다.

웃기는 건 정작 꼭 필요하다고 부모님이 사주신 깔창은 가서 한 번도 안 썼다. 발에 물집 잡힐 정도로 걸어본 적이 없다 군대에서.

 

군악댄지 지역 근처에서 대충 부른 행사업체인지 엄청 시끄러운 음악이 빰빠밤 연주되고 이제 장병들은 들어오라고 교관? 같은 사람들이 나와 수백의 빡빡이들을 안에 있는 건물로 안내했다. 이쪽으로 오세요~ 줄 맞춰서 차례로 들어오세요~ 부모님들 계신다고 존댓말 해준다. 이 ㄱㅅㄲ들이 내게 베푼 처음이자 마지막 친절이다. 나는 나이를 스물한살이나 먹고도 어린애 같은 구석이 있어 잘 다녀오겠다며 엄마, 동생, 그리고 그때 당시 굉장히 미워했던 아빠에게도 뺨에 입을 맞추었다. 부모님은 우시는 것 같았다. 나는 눈물을 꾹 참았다.

 

부모님들의 시야로부터 멀어지자 교관인지 기간병인지 얘네가 갑자기 욕을 하기 시작했다. 미친. 선진병영이라며. 요즘은 욕도 안 하고 안 때린다며. 뭐 때리진 않았는데 암튼. 빨리 빨리 뛰어! 이러면서 ㅈㄹ들을 했다. 그리고 비좁은 강당 같은 곳에 나와 빡빡이들을 밀어넣었다. 대충 줄이 맞춰지고 사람들이 다 들어오자, 어디선가 딱 봐도 계급이 높아 보이는 아저씨가 거들먹거리며 들어와 대뜸 앉아 일어서 차렷 열중쉬어를 ㅈㄴ게 시켰다. 그리곤 강당 안에 있는 불쌍한 영혼들이 지쳐서 더 떠들거나 몸을 움직일 기력도 없어질 때쯤, 마치 쇼미더머니에 나온 스윙스처럼 마이크를 딱 붙잡고 한 마디를 내뱉었다.

 

"긴장해라. 여긴 군대다."

 

나는 내 인생이 ㅈ됐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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